팀 쿡의 뒤를 이어 애플(Apple)의 신임 CEO로 취임한 존 터너스의 과제. 급증하는 메모리 비용, AI 전략의 전환기, 그리고 새로운 하드웨어 혁신 압박 속 애플의 미래를 진단한다.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Steve Jobs)의 뒤를 이어 지난 15년 동안 회사를 이끌어온 팀 쿡(Tim Cook) 시대의 막을 내리고, 지난 9월 1일 존 터너스(John Ternus) 신임 최고경영자(CEO) 체제로 전격 전환됐다. 지난 25년 동안 애플에 몸담아온 하드웨어 전문가 터너스 CEO의 취임은 단순한 수장 교체를 넘어, 글로벌 빅테크 경쟁이 격화되는 현시점에서 애플이 마주한 구조적 전환점을 상징한다. 현재 애플은 4조 7,000억 달러(6,487조 원, 환율 1,380원 적용 시)에 달하는 초거대 기업으로서 치솟는 메모리 반도체 비용, 인플레이션 압박, 그리고 인공지능(AI) 분야에서의 뚜렷한 성과 증명이라는 복합적인 도전에 직면해 있다. (참고: 애플의 시가 총액은 대한민국 국가 예산의 약 10배에 육박하는 천문학적인 규모이다.)
1. 기술 전문가의 등판과 새로운 리더십의 시험대
존 터너스 CEO는 지난 2023년 미국 경제전문매체 CNBC와의 인터뷰에서 “올바른 부품과 실리콘으로 최고의 제품을 만들 때 사용자들이 열광한다”고 강조하며 철저한 제품 중심의 철학을 보여준 바 있다. 터너스는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떠난 지 15년 만에 취임하는 두 번째 CEO로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재무와 법무 등 기업 전반을 아우르는 막중한 책임을 맡게 된다.
전문가들은 전임자인 팀 쿡과 존 터너스의 리더십 스타일이 다를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컨설팅 회사 코터(Kotter)의 캐시 거시(Kathy Gersch) CEO는 “팀 쿡에게 통했던 방식이 존 터너스에게 그대로 통할 수는 없다”며 “애플은 완전히 새로운 환경 속에서 끊임없이 진화하고 경쟁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다행히 팀 쿡이 이사회 의장으로 남아 전 세계 정책 입안자들과의 소통 등 후방 지원을 맡기로 한 점은 존 터너스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될 전망이다. 그러나 대중 앞에 나서는 기회가 적었던 터너스가 시장과 투자자들에게 자신의 비전을 직접 각인시키는 것은 온전히 그의 몫이다. 오는 9월 9일에 열릴 신제품 발표회가 첫 데뷔 무대이자 그를 평가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2. 메모리 수급난과 하드웨어 가격 인상의 딜레마
터너스가 직면한 가장 시급한 현실적 과제는 전 세계적인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과 이로 인한 비용 급증이다. 생성형 AI 칩과 데이터센터 수요 폭발로 인해 메모리 가격이 치솟으면서, 애플은 이미 지난 6월 맥북(MacBook)과 아이패드(iPad) 가격을 전격 인상했다. 시장 분석가들은 이러한 가격 인상 기조가 주력 제품인 아이폰(iPhone)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애플의 경영진은 원가 상승 압박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밖에 없음을 여러 차례 시사했다. 애플의 전격적인 가격 인상과 이로 인한 주가 급락에 대해서는 KJ FINANCE FLASH의 6월 26일자 기사 빅테크도 못 버틴 AI 인플레…애플(Apple), 기습 가격 인상에 ‘1년 내 최악의 날’에서도 이미 언급한 바 있다.
문제는 이러한 가격 전가 전략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점이다. 소비자들이 여전히 지속되는 인플레이션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하드웨어 가격 상승은 단기적으로 매출을 방어할 수 있으나, 장기적인 판매량(Volume) 감소를 초래할 수 있다. 키뱅크(KeyBanc)의 브랜든 니스펠(Brandon Nispel) 애널리스트는 “가격 인상으로 인한 성장은 지속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프리미엄을 부여하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애플의 올해 주가는 견조한 디바이스 교체 주기에 힘입어 17% 상승했으나, 근본적인 판매 대수 둔화 우려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으며 서비스 부문 등 다른 핵심 영역으로 부정적 영향이 확산될 조짐도 보이고 있다.
3. Apple의 AI 대응 전략과 *폼팩터의 필요성
하드웨어 중심의 성장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AI 분야에서의 확실한 반격과 차세대 혁신 제품군의 성공이 필수적이다. 현재 애플은 오픈AI, 메타, 구글, 스페이스X 등 경쟁사들로부터 스마트 안경, 새로운 컴퓨팅 디바이스, AI 기반 스마트 기기 등을 통해 스마트폰 중심의 생태계를 위협하는 파상공세에 직면해 있다. 애플의 AI 전략이 아직 완전히 수립되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애플은 혼합현실 헤드셋인 비전 프로(Vision Pro)를 선보였으나 아직 대중적인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딥워터 애셋 관리(Deepwater Asset Management)의 진 먼스터(Gene Munster) 파트너는 “애플이 제품 전문가를 새로운 수장으로 선택한 것은 중요하며, 향후 2년 동안 인재를 적극적으로 영입해 스스로를 재발명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최근 맥OS 베타 버전의 코드와 업계 보고서 등에 따르면 애플은 스마트 홈 기기, 로봇, AI 카메라가 탑재된 에어팟 등 새로운 카테고리를 준비 중이며, 올가을 출시가 예상되는 폴더블폰 역시 고가 라인업의 성패를 가를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폼팩터/Form Factor: 하드웨어 기기의 크기, 모양, 물리적 형태 및 내부 구성요소의 배치 구조를 뜻하는 용어이다. 원래는 컴퓨터 부품(메인보드 등)의 규격을 지칭하는 말로 자주 쓰였으나, 오늘날에는 스마트폰, 태블릿, 웨어러블 기기 등 다양한 IT 기기의 물리적인 외형과 디자인 형태를 아우르는 개념으로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초소형 개미투자자의 생각
오는 9월 9일로 예정된 애플의 연례 신제품 발표회는 세상이 존 터너스라는 새로운 리더를 맞이하는 첫 공식 무대가 됩니다. 전임자가 구축해 놓은 거대한 제국 위에서, 터너스는 치솟는 부품 비용을 통제하고 늦장 대응한 AI 전략을 본궤도에 올려놓아야 합니다. 동시에,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새로운 하드웨어 히트작을 발굴해야 하는 중대한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테크 산업의 거물 애플이 새로운 기술 리더십 아래에서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을지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한편, 개인적인 경험에 따르면, 애플의 ‘돌다리도 몇 번씩 두들겨 보고 건너는’ 지나치게 신중한 전략 때문에 제품 출시의 적기를 놓치는 것이 다소 아쉽습니다. 삼성이 갤럭시 노트로 대형 화면을 출시했을 때 애플은 한 손 안에 들어오는 작은 폰 전략을 고수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시장의 흐름에 밀려 나중에야 화면을 키웠습니다. 삼성 갤럭시 워치가 출시되었을 때도 스마트워치의 필요성을 뒤늦게 인정하고 애플워치를 출시하기도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삼성이 먼저 폴더블폰 시장을 개척하고 그 시장을 확대해 온 상황에서, 이제야 애플 폴더블폰이 등장을 앞두고 있다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즉, 애플은 초기 실패의 위험과 막대한 시장 개척 비용을 경쟁사가 치르게 합니다. 이후 시장이 무르익었을 때 완성도 높은 제품과 막강한 브랜드 파워로 단숨에 시장을 장악하는 것이 애플의 전형적인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 생존 공식이었습니다. 이는 실패에 따른 기회비용을 줄이는 합리적인 전략이 될 수도 있지만 오히려 더 큰 매몰비용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하드웨어 전문가 출신인 존 터너스가 그려갈 10년 뒤 애플 제국의 미래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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